바다표범과 순록에게는 생명의 은인포르노 배우로서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이 원하는 장소와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시간만큼 발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비아그라는 포르노 감독들에게 더없는 축복이다.
미국의 한 포르노 감독이 비아그라를 평하며 했던 말이다. 그렇다.
비아그라는 남성들의 자유의지에 따라 시간장소를 불문하고 '
기립(起立)'할 기회를 선사해 준 축복 중의 축복이다.
정력제가 아니라 약인류 사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발명들 중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비아그라 역시 우연과 실수로 만들어졌다.
원래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다가 발기부전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우연히 확인되면서 지금의 상품으로 발전한 것이다.
비아그라라는 제품명만으로도 약의 효능을 유추할 수 있다.
정력이라는 의미의 비거(vigor)에 나이아가라(Niagara) 폭포를 합친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주는 엄청난 박력의 정력을 선사한다는 뜻일까?
이 대목에서 확실히 짚고 넘어갈 것이 비아그라는 정력제가 아니란 사실이다.
많은 이들(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아그라가 정력제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비아그라는 정력제가 아니라 발기강제약이다.
이는 발기의 메커니즘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이미지에 의한 흥분은 뇌, 직접적인
터치에 의한 자극은 척수의 발기중추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렇게 성적 자극을 받은 중추신경은 남성 성기에 신호를 보내고
성기의 세포는 일산화질소를 만들어낸다.
이 일산화질소가 근세포에 침투해 혈관을 확장시키는 'cGMP'라는 물질을 생성시킨다.
이렇게 확장된 혈관에 피가 몰리면서 발기가 되는 것이다.
심리적인 요인이 아닌 발기부전의 경우 cGMP 생성에 문제가 생겨서
발기가 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cGMP 생성을 방해하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 5형(PDE5)
효소가 문제의 핵심이다.
포스포디에스테라제 5형 효소가 cGMP를 분해해 버리는 것이다.
비아그라의 원리는(비아그라 이후 출시된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도) 바로 이
포스포디에스테라제 5형 효소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남성들이 비아그라를 약이 아니라 정력제로 생각하는데,
앞서 비아그라의 작용 원리를 설명했듯 비아그라는 정력제가 아니라 약이다.
그것도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발기부전 치료제이다. 그렇다면 모든 약이
그러하듯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의외로 임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국 퀸스 대학의 시너 루이스 박사는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에 대해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먹고 난 후 관계를 가진 커플들
중 임신을 한 경우가 없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으면 원활한 성생활이 가능해지고 당연히
임신의 가능성도 높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비아그라를 복용한 후 섹스를 한 상황에서는
임신이 어렵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시너 루이스 박사는 임신의 메커니즘에서 그 해답을 찾아냈다.
정자가 난자와 수정을 하려면 마지막 단계에서 첨체반응을 통해 난자를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 비아그라를 먹으면 정자의 첨체반응이 너무 빨리 시작돼 버린다.
결국 너무 일찍 정자의 첨체반응이 끝나버려서 정작 난자 앞에
가서는 수정을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첨체반응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정자가 질과 수란관을 넘어 난자를 만나러 갈 때는 애초에 1억 마리도 넘던
그 수가 수백 마리로 줄어든다.
이제 경쟁률은 수백 대 1까지 줄어들게 된다. 남은 것은 '누가 더 빨리 라스트스퍼트를
끊어 난자에 돌입하느냐'이다.
이때 돌입에 필요한 필수 요소가 첨체반응이다. 첨체반응이란,
정자의 머리 부분인 첨체의 막이 파괴되면서 효소가 방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효소가 방출되어야 난자를 감싸고 있던 보호막을 분해해 정자가 뚫고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첨체반응이 없으면 수정은 성립되지 않는다. 시너 루이스 박사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비아그라를 투여한 정자 중 79%가 비아그라 투여 시점에서부터 첨체반응에 들어가
첨체반응 능력을 너무 일찍 상실해 버린다.
아직 한 사람의 연구 결과라 정설로 믿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비아그라가 임신에
도움을 준다는 속설은 뒤집는 연구 결과다. 그동안 발기부전 때문에 속병을 앓던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온 비아그라지만 임신을 기대했던 다른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겠다.
바다표범과 순록에게 생명의 은인파이저 사는 자신들이 개발한 비아그라가
단순히 정력제 차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보다 희망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을 선전하고 싶었다
(실제로 그런 역할도 일정 부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파이저는 1998년(비아그라 출시 연도)을 기점으로 인류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비아그라의 등장으로 생명을 구한 생물체들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여기에는 제품 홍보라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상황이지만
적어도 비아그라 덕분에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들이 구원받은 것은 사실이다.
연구 자체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지만 그 결과까지 부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일에 발탁된 인물은 형제인 알래스카 대학의 생물학자 프랭크 히펠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윌리엄 히펠이었다.
히펠 형제가 주목한 동물은 수컷 바다표범과 순록이었다.
비아그라가 등장하기 전까지 바다표범은 '거시기(해구신이라는 상품명으로 친숙한)'
때문에, 순록들은 그들이 달고 있는 뿔 때문에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 실제로 이들의
생식기와 뿔은 전량 아시아권으로 판매돼(혹은 밀렵돼) 정력제로 유통되었다.
히펠 형제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1998년 수컷 바다표범의 성기와 순록의 뿔 판매량이 정점을 찍었다.
이후의 시장 규모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가 비아그라의 영향력 지표로
활용 가능할 것이다.
이들은 1998년 비아그라 발매 이후 캐나다산 수컷 바다표범의 성기시장
규모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목할 만한 변화를 확인하게 된다. 비아그라가 발매되기 2년 전인 1996년 캐나다산 수컷 바다표범의 생식기 즉, 해구신의 시장 규모는 4만 개 수준이었다.
그러나 비아그라가 발매된 이후 해구신의 시장 규모는 2만 개로 떨어졌다.
50%나 감소한 것이다.
히펠 형제의 연구뿐만이 아니었다. 이들보다 조금 더 공신력이 있는 캐나다
정부의 발표를 보자면, 2001년 기준 한 해 평균 25만 마리가 잡히던 바다표범이
이후 9만 마리 이하까지 포획량이 줄었다. 이는 개체 수의 감소에 따른 자연 감소가
아니라 시장 환경의 변화 즉, 비아그라 출시 이후 해구신의 가치가 떨어진 결과였다.
실제로 해구신의 시장가가 개당 103달러에서 70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아그라는 정력제의 재료가 되기 위해 무참히 죽어가던 바다표범들의
생명을 다수 살려냈다.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 판매 정력제를 먹느니 바로 효과가 나오는 비아그라를
선택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비아그라 덕분에 알래스카에 있는 바다표범과
순록들은 목숨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아그라를 통해 수많은 야생동물의 목숨을
건질 수 있다니 누가 알았겠는가? 비아그라는 인류 성생활 증진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 보호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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