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유사 상표 난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히트 제품 및 약 성분의 이름을 모방해 유명세에 편승하는 상표가
줄을 이으면서 상표분쟁까지 잇따르는 상황이다.
29일 특허청에 따르면 1999년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출시 이후 '그라'라는 명칭을 딴 상표가 현재까지 무려 46건이 출원됐다.
이들 상표는 비아그라의 발기부전 개선 효과가 연상될 수 있도록 주로 성기능
개선용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구주제약은 '빅그라''탑그라''서그라' 등 7건을 출원했으며 동화약품은
'베타그라''감마그라' 등 4건을 냈다.
항산화 성분으로 알려진 코엔자임큐텐이 최근 건강기능식품 성분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큐텐'이 들어간 상표 출원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내 섬유유연제 업체인 피죤이 2002년 'CoQ10'을 출원한 이후 지금까지
총 56건이 출원된 것으로 집계됐다.
영진약품은 '더큐텐''젠큐텐''프로큐텐' 등 관련 상표 10건을,보령제약은
'이노큐텐''큐텐럭스' 등 6건을 각각 출원했다.
질환명이나 인체조직명을 그대로 딴 상표도 난립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의 경우 '아토미''아토러지''아토롤''아토프리' 등 제품명에
'아토-'가 들어간 상표가 32건이 등록됐다.
혈액을 뜻하는 '헤모'가 사용된 빈혈치료제 상표도 '헤모큐''헤모골드'
'헤모톤''헤모잘' 등 59건에 달했다.
이처럼 유사한 상표의 출원과 등록이 늘어나면서 상표분쟁도 잇따르고 있다.
화이자는 동아제약의 비타민제제 '비타그라' 상표가 비아그라와 유사하다며 지난 8월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제기했다.
피죤은 대웅의 '코큐텐'상표가 자사의 CoQ10 상표를 모방했다며 지난 7월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과 권리범위확인심판을 냈다.
김상묵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본부 심사관은 "세계적으로 브랜드 경영이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유독 국내 제약업계에 유사 상표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업계가 기존의 안이한
브랜드 관리방식을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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